적색편이 현상
적색편이 현상
빅뱅 이론은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천체들을 관측하며 얻게 된 정보였다.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천체가 적색편이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색편이 현상이란 생각보다 단순한 개념인데, 관측자를 기준으로 멀어지는 물체의 색깔이 조금 더 붉게 보이는 현상을 발한다. 그것은 멀어지는 속도만큼 방출되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관측자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물체는 푸르게 보이는가? 맞다. 다가오는 속도만큼 빛의 파장이 짧아질 것이므로 관측자에게 더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청색편이라고 부른다. 더 쉽게 설명하면 빠르게 다가와서 나를 지나 빠르게 멀어지는 구급차의 소리를 생각하면 된다. 가까이 다가올 때는 파장이 짧아지며 점차 높은 소리가 나고, 멀어질 때는 파장이 늘어지며 낮은 소리가 난다. 빛의 파장도 동일하다.
물체의 적색편이와 청색편이 현상은 ‘도플러 효과’라는 이름으로 과학계에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물론 허블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우주를 관측하기 전에도 천체들이 도플러 효과를 나타낼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다만 적색편이와 청색편이는 무작위로 관측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시의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허블도 우주가 정적인 공간이라 믿었고, 천체들은 이 정적인 공간 속을 이리저리 떠다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천체는 다가오고 다른 천체는 멀어지며 무작위로 보일 곳이다.
하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상식적인 예상을 빗나갔다. 수많은 천체는 예외도 없이 모두 적색편이만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일수록 적색편이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당신이 우주를 관측했더니 눈에 보이는 모든 천체가 예외 없이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적색편이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면 말이다.
대답은 둘 중에 하나다. 첫째, 알고 보니 지구가 정말 우주의 중심이고 다른 모든 천체가 중심인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둘째, 어떠한 중심도 없는 우주 전체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답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고는 코페르니쿠스 이후 400년 동안 과학이 종교로부터 힘겹게 지켜낸 우주관이 아닌가.
허블의 발견은 우리 우주가 건포도를 놓은 밀가루 반죽 같은 것임을 시사했다. 오븐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이 밀가루 반죽은 팽창한다. 그렇다면 건포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건포도는 팽창하는 식빵 속에서 서로 멀어지고 있을 것이다. 허블이 천체들의 적색편이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기존의 정적인 우주관은 무너졌고, 팽창하는 동적인 우주관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롭게 정착하게 되었다.